학일마을에서 제일 오래된 물건이라면서 자물쇠로 잠긴 공동작업장을 열고 이장(오용근, 65세)님이 보여주신 것은 가마였다. 가마는 조그마한 집 모양으로 생긴 것으로 안에 사람이 들어가 앉는다. 앞뒤에서 두 사람 또는 네 사람이 밑에 붙은 가마채를 손으로 들거나 끈으로 매어 운반한다. 대개 가마뚜껑과 가마바탕 및 가마채로 이루어지고, 여기에 방석이 곁들여진다. 가마의 종류에는 연(輦)·덩·가교(駕轎)·사인교(四人轎)·보교(步轎) 등이 있다. 창고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가마는 사인교(四人轎)로 4사람이 메는 가마로 주로 혼례 때 신랑·신부가 주로 이용하는 가마이다. 50년은 족히 넘었을 거라면서 실제로 그거 타고 시집오거나 장가간 사람도 있다고 했다.

학일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신부 집에서 초례를 치르고 당일 신랑 집으로 가서 첫날밤을 지냈다. 초례를 치르러 올 때 대부분 거리가 멀면 차를 이용했지만, 가까우면 말이나 가마를 탔다. 혼례 시 가마와 관계된 금기·속신을 주민 대다수에게 들을 수 있다.

·잔치 가마가 둘이 갈 때는 먼저 가야 한다. 뒤에 가면 복을 뺏긴다.

·가마가 나갈 때 여자가 가마 앞으로 지나가면 좋지 않다.

·가마의 길을 막으면 그 사람이 재수가 없다.

·가마가 들어올 때 불을 놓아 연기를 피우고 가마 들어오는 사람이 그 불을 차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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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작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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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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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

학일마을의 오래된 가마는 여러 번 보수한 흔적이 있다. 가마뚜껑엔 합성 장판으로 덮여져 있으며, 가마 입구는 현대 합성 직물로 된 가리개가 내려져 있으며, 가마장식 또한 전통방식이 아닌 나일론 줄로 엮어 매듭을 만들고 다양한 색으로 술을 달아 가마 주변을 장식했다. 가마 양 옆으로 난 조그마한 창문은 다양한 색종이를 접어 문양을 내어 오려 붙였다. 네 군데 메는 부분은 빼서 보관하고 있다. 22살에 시집 온 이은영(75세) 씨는 시집올 때 가마를 탔다던 얘기를 들려주었다.

“가마 안에서 창문 열고 살짝 밖에 보고, 누군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얼른 창문을 닫았지. 그 때는 수줍기도 하고 얼떨결이라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이장님은 일 년에 한 번 내지 두 번만 쓰는 중요한 물건이라면서 자랑이 대단했다. 제작자에 대해서 물어보니, 어릴 때부터 있었노라 하시며 50년 전 마을에서 공동을 만들어서 두고 쓰던 것이라는 얘기를 선친에게 들었다고 했다. 학일마을의 가마는 겉모습이나 장식을 보면 확실히 박물관의 유리벽 안에서 보던 가마와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유리벽 안에 가둬진 유물이 아닌, 마을 주민들의 자랑이며, 추억이고, 앞으로 후손에게 온전히 넘겨줘야 할 학일마을 최고의 골동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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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 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