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조선 전기 학자이자 생원인 주신언이 대구광역시 수성구 파동 출신인 전경창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만사.

[개설]

「만사」[주신언] 저자 주신언(朱愼言)[1539~?]의 본관은 웅천(熊川)이며, 자는 인지(訒之)이다. 아버지는 주송수(朱松壽)이다. 달성유현숭모비(達成遺賢崇慕碑) 비문(碑文)에 따르면 ‘달성십칠현(達城十七賢)’ 중 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서사원(徐思遠)[1550~1615], 손처눌(孫處訥)[1553~1634], 정사철(鄭師哲)[1530~1593], 전경창(全慶昌)[1532~1585] 등과 교유하였다.

전경창의 본관은 경산(慶山)이며, 자는 계하(季賀)이고, 호는 계동(溪東)·만오(晩悟)이다. 정헌대부(正憲大夫) 예조판서(禮曹判書)인 문평공(文平公) 전백영(全伯英)의 후손이다. 아버지는 전순(全珣)이고, 어머니는 김해송씨(金海宋氏) 송식(宋軾)의 딸이다. 대구부 수성현 파잠리(巴岑里)[현 대구광역시 수성구 파동]에서 태어났다. 이황(李滉)[1501~1570]의 문인이다. 1573년(선조 6)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하고 관직은 예조좌랑·병조좌랑·검열·정언 등을 역임하였다. 대구 유학의 개조(開祖)로 평가받으며, 대구 유학의 수서원(首書院)인 연경서원(硏經書院) 창건에 중추적 역할을 하였다. 대구의 연경서원에 제향되었다. 저서로 『계동집(溪東集)』이 있다.

[구성]

「만사」[주신언]는 16행으로 이루어진 칠언배율(七言排律)이다.

[내용]

생지유사리지상(生之有死理之常)[삶에 죽음이 있는 것은 이치상 당연한 것인데]

독향군망원피창(獨向君亡怨彼蒼)[유독 그대의 죽음은 저 하늘이 원망스럽다네]

수부재인량가석(壽不在仁良可惜)[진실로 애석하구나, 장수가 인한 이에게 있지 않음이여]

위비칭덕역감상(位非稱德亦堪傷)[또한 가슴 아프구나, 지위가 덕에 걸맞지 않음이여]

온온공시칭향당(溫溫恭是稱鄕黨)[온화함과 공손함으로 향당의 칭송을 받았고]

악악언호단묘당(諤諤言乎斷廟堂)[직언하신 말은 묘당에서 한결같았네]

팽택경중황죽국(彭澤逕中荒竹菊)[도연명의 오솔길은 대나무 국화마저 황량하고]

문원벽하읍조강(文園壁下泣糟糠)[사마상여의 사벽 안에는 살림살이 없어 조강지처 우네]

죽변영단함수벽(竹邊影斷含愁碧)[대숲 가에 그림자 끊어지니 근심 머금어 푸르고]

매하음공대한향(梅下吟空帶恨香)[매화 아래에서 헛되이 읊으니 한을 띤 향기 나네]

만권서중존수택(萬卷書中存手澤)[만 권의 책 안에는 아직 손때 남아 있지만]

일장금리절아양(一張琴裏絶峩洋)[타던 거문고 줄에는 백아와 종자기 즐기던 아양곡 끊겼네]

조과무적나감한(鳥過無跡那堪恨)[새는 날아가 자취 없어 그 한을 어찌 견디나]

표사류피불현광(豹死留皮不顯光)[표범은 죽어서 가죽이라도 남기는데 그대는 빛조차 드러내지 못하였네]

난실습훈정의중(蘭室襲薰情義重)[난초 방에서 향훈을 쐬니 사귄 정이 무겁고]

남교집불려영광(南郊執紼淚盈眶)[남쪽 교외에서 상여 줄 잡으니 눈자위에 눈물 가득하네]

[특징]

「만사」[주신언]는 ‘양(陽)’ 계열의 운목이 사용된 칠언배율 시이다. 첩어(疊語)의 사용과 정연한 대구(對句)로 운율감이 돋보인다. 용사(用事)의 활용이 두드러진다.

[의의와 평가]

「만사」[주신언]의 저자 주신언은 서사원의 『낙재집(樂齋集)』, 손처눌의 『모당집(慕堂集)』 등 여러 문집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대구 지역에서 활발히 교유 관계를 형성하고 활동하였던 유사이다. 하지만 주신언의 활동에 비하여 공적에 대한 정보는 소략하여 면면을 확인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만사」[주신언]는 주신언의 작품 세계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