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9A020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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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병구 |
잊혀진 고갯길, 사랑하는 이들이 가볍게 손잡고 하늘로 오르는 호젓한 오솔길, 청량한 바람이 언제든 머물고 있는 길, 수안보면 미륵리에서 문경읍 관음리로 가는 길, 가는 길머리에 서면 ‘오랜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하늘재’라는 표식을 무겁게 깔고 앉은 표지석이 있다. 그를 보노라면 언덕 위에 새초롬하게 올라 앉아 있는 삼층석탑이 보이고 잡목과 긴 풀이 자란 틈새로 부처님 머리가 뻐꿈이 보인다. 하늘재로 올라가는 길은 험하지도 않은데도 멋쩍게 그 앞에 장도를 빌어주는 장승이 버티고 서 있다.
짖궂은 이들의 돌팔매질로 입 안에 잔돌을 가득 머금고 눈을 부라리고, 나무뿌리를 머리로 삼아 산발한 채 ‘천하대장군’이 몸을 비틀며 서있다. 옆에는 ‘지하여장군’이 서 있다. 순종하는 여성답게 고개를 숙이고 다소 부끄러운 듯 서 있는 자세가 ‘잘 다녀 오시와요’ 하며 말 하는 듯 하다. 솟대도 서있다.
현재 하늘재 길은 ‘충청북도 자연환경 명소 100선’ 중 10걸로 선정될 만큼 그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지릅재에서 바라보면 만수봉과 부봉 사이에 우묵하게 들어 간 그 안에 오솔길이 있다. 미륵대원 터의 위쪽에서 흙을 밟으며 흘러내리는 계곡을 끼고 약 2㎞ 정도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길에 안기게 된다. 잠시나마 작은 소리에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청량한 마음이 된다. 자칫 지루해 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역사·생태 관찰로’가 마련되어 있어 끊임없는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월악산국립공원 사무소에서 나무 이름과 숲의 성장 과정, 그리고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을 간결하게 잘 정리해 놓았다. 주변을 잘 살피고 걷다보면 운 좋게 백자가마터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단지 낙엽송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길에서는 잘 안 보인다. 낙엽이 많이 쌓여있고 다래 덩굴도 얽혀있어 찾기 쉽지는 않지만, 오솔길 옆에 선돌 모양의 큰돌이 있는 곳을 잘 살피면 오름칸 가마 구조가 확연하게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오솔길에서 계곡물은 안보이지만 물소리가 자잘대는 소리가 들리는 곳이라면 거의 틀림없는 가마터일 것이다.
하늘재 정상 부근에 가까워지면 오솔길을 덮은 나무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막힘없이 보인다. 파랗게 보인다. 마치 동굴을 막 빠져나온 듯한 개운함이 그 길의 끝에 있다. 양 옆으로 베바우산과 부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다.
그보다 휘파람을 불며 천천히 흙을 밟으며 걸을 수 있다는 자체로 좋다. 여름 한철에도 그 길은 시원하다. 봄·가을엔 계절의 감각을 고스란히 맛 볼 수 있는 길이다. 깊숙한 겨울에는 적막함이 꽉 차있어 자신을 잊을 수 있는 길이 된다. 느린 걸음으로 뒷짐을 지고 걷다보면 굳이 ‘역사’나 ‘자연’, ‘건강’ 등의 단어와 관계없이 스스로 길의 한 부분이 될 수 있기에 좋다.
하늘재는 ‘잊혀진 길’이기에 더 정겹고 포근한 길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