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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의 신동력, 마천옻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7201318
한자 咸陽-新動力馬川-
영어공식명칭 Hamyang-New Power-Macheon Lacquer Tree
분야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재현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함양 마천옻 -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일대지도보기
함양 마천옻 영농조합법인 -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267 지도보기

[정의]

경상남도 함양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지역 특산품인 옻의 역사와 현재 지역 현황 및 미래 가치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나라 옻의 역사]

한반도에서 발견한 옻과 관련된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칠기(漆器)[옻을 칠한 물건]이다. 옻칠의 흔적은 청동기 시대부터 확인되지만, 낙랑의 칠기가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칠공예가 발전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후 경상남도 창원시 다호리,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창동 유적, 경상북도 경주시 황남동 천마총에서도 칠기가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옻이 꼭 칠기에만 사용되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몇 차례에 걸쳐 옻과 관련된 기록이 나온다. 그중 1423년(세종 5) 당시 경기도·충청도·경상도·전라도·강원도·황해도·함길도의 감사에게 칠목(漆木)[옻나무]의 열매까지 있도록 채취하여 서울로 올려보내도록 지시하고 있다. 기름을 짜서 임금이 밤에 독서할 때 사용하는 기름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이는 옻나무에서 짠 기름이 연기가 없고, 불이 밝았기 때문이라 한다.

당시 우리나라에 옻나무가 얼마나 자생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은 없으나, 위의 1423년의 기록으로 보아 우리나라 내륙에는 일찍부터 옻나무가 자생하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1470년(성종 1) 1월 20일 기록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함양군수 박수미(朴壽彌)·안악군수(安岳郡守) 허준(許峻)·비인현감(庇仁縣監) 김사성(金嗣成) 등이 임지에 부임하기 전에 대궐에 들어와 인사드리고 하직하였을 때, 대왕대비가 숭문당에 나아가 당시 폐단으로 지적되었던 것들 중 심각한 이야기를 몇 가지한다. 이후 도승지 이극증(李克增)은 이와 관련된 내용을 기록하였는데, 그중의 한 가지가 옻나무에 관한 것으로 “칠목(漆木)은 나라의 용도(用度)에 가장 긴요한 것인데, 수령(守令)이 마음을 써서 배양(培養)한다면 민간에서 채용(採用)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지금 전적으로 배양하지 않고서 민간에게 바치기를 독촉하고 있으니, 매우 옳지 못한 일이다”고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삼국사기』에 칠기를 제작하는 칠전(漆典)이 있었다고 기록하였던 점으로 보아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옻나무는 국가에 중요한 자원으로 줄곧 사용되어온 것을 알 수 있다.

[역사 속 함양옻의 흔적]

함양군 지명 중에 옻과 관련된 지명이 몇몇 곳이 전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곡면에 있는 ‘옻밭들’인데, 시목리 시목마을에서 동쪽으로 200m 지점에 있는 평지를 일컫는다. 지금은 개간해서 모두 밭이 되었지만 옛날에는 바위가 많고 바위 사이에 자라는 옻나무가 많아, 그 나무들에서 옻을 생산하였다고 전한다.

조선 시대에는 함양군의 특수행정구역으로 금·은·동·철·종이·도자기·목기·먹·옻칠 등 기술공장(技術 工匠)이 운영되던 마천소, 의탄소, 갈산소가 확인되었다. 만약 함양 지역에서 옻이 생산되었다면 이 특수행정구역에서 가공되어 중앙 정부에 진상하고, 일부는 지역에서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함양의 찰떡궁합 옻]

지질(地質)의 껍질에 해당하는 토양은 사람을 비롯한 여러 생명체가 살아가는 곳이다. 토양은 대부분의 식물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식물은 토양의 성격에 따라 생장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함양 지역은 전 지역에 걸쳐 게르마늄의 광맥대가 널리 형성되어 있다. 이곳의 토양 속에는 게르마늄 함량이 평균 1.90㎎/㎏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3~5배가 많아 게르마늄이 필요한 작물 재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게르마늄 함량이 적은 지역에서는 게르마늄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고기능성 게르마늄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게르마늄을 인위적으로 토양에 추가하고, 작물에 흡수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게르마늄을 인위적으로 추가할 때는 재배 작물이 이것을 흡수하는데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함양의 토양은 그런 의미에서 천혜의 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게르마늄 토양에 적합한 식물은 산삼, 양파, 옻나무, 화훼 등이다. 그중에서도 옻은 게르마늄과 결합하면 그 효과가 훨씬 좋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 때문인지 2012년 기준 함양 지역 특용 작물 중에서 옻나무는 재배 면적이 80.7㏊[‘도라지 옻’ 품종 21.2㏊ 제외]를 차지한다. 이는 함양의 산지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고사리, 헛개, 오미자 등과 비교하였을 때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함양군 마천면 등 군의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옻나무를 중점적으로 키울 계획을 세워 시행·관리 중이다.

[옻의 고장 마천면과 ‘함양 마천옻’]

함양군의 남쪽에 있는 마천면은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다. 지리산 천왕봉, 칠선계곡, 한신계곡, 백무동계곡 및 주변의 자연휴양림 등이 분포하고 있는 마천면은 농한기에도 신바람이 나는 지역이다. 마천면은 옻을 농한기의 소득원으로 삼기 위해 지역 농협과 연계하여 매년 1만~2만 그루의 옻나무 모종을 보급해 왔다. 그 결과 현재는 전국에서 최상품의 ‘옻진’을 자랑하는 곳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2018년 기준, 추성마을에만 34개 농가가 15.1㏊에서 옻을 재배하여 연간 2,110㎏의 부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함양군에서 옻나무를 재배하는 농가는 300~400가구다. 대부분이 진액과 껍질, 옻순 채취 등을 통해 부수입을 올리고 있는데, 그 규모가 연간 4억 원으로 농한기 고소득 작목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옻은 암 치료 약재로 우수한 효능을 낸다고 알려져 있으며, 옻나무 추출물에 항산화 및 항암효과가 발견되면서 옻에 대한 여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옻은 여러 방면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옻에 별다른 가공을 하지 않고 먹는 옻순이 첫 번째라 할 것이다. 함양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봄나물의 으뜸을 옻순이라 하였다. 또한 ‘지리산의 함양 지역에서 생산된 옻을 최고라 하였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봄에 나오는 함양 옻순은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봄나물거리이다. 마천면사무소가 있는 가흥리의 오일장에 봄에 오면 질 좋은 봄나물인 함양 마천의 옻순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옻나무 껍질을 말려두거나, 생옻을 잘라서 닭과 함께 요리해 먹는 옻닭도 최고의 보양식으로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는 옻닭을 요리하는 가게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2002년까지만 해도 함양군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자리 잡았던 ‘함양 옻닭’ 집만 해도 수백 곳은 족히 될 것이라고 『경남신문』에서 언급할 정도로 ‘함양 옻닭’은 명성을 누렸다. 특히 칠선계곡과 백무동계곡 일대가 옻닭으로 유명하였는데, 거의 모든 한식당에서 옻닭 요리가 가능하였다고 할 정도다. 물론 함양 옻은 특히 독성이 강해 옻오름이 심하다고도 전하는데, 이는 함양 옻의 효능이 좋다는 것을 방증해 준다. 2018년 기준으로도 함양군 마천면의 맛집이라고 하면 옻닭이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또한 ‘몸에 열을 내는 데는 옻닭이 좋다’, ‘위장에 좋다’는 등의 속설이 있어 심한 스트레스와 피곤함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나,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일부러 멀리 함양까지 옻닭을 먹으러 온다고 할 정도다. 심지어 경상남도 창원시를 비롯한 주변 지역에서도 ‘함양 옻닭’이라는 메뉴를 걸고 영업하는 식당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것이 다가 아니다. 함양마천농협에서 옻오름이 없는 ‘참옻 진액’을 판매하고 있다. 옻오름은 이전부터 지독한 것으로 취급되었는데, 옻닭을 먹은 사람이 볼일을 본 근처에만 가도 옻이 오른다고 하였다. 심지어 옻오름이 심한 사람들은 옻나무를 보기만 해도 옻이 오를 수 있어서 멀리 돌아간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옻오름이 있는 사람들은 옻이 좋은 걸 알면서도 먹지 못하였는데, 참옻 진액을 이용하면 옻오름 없이 옻의 효능을 볼 수 있어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한다. 요즘은 병원에서 주사 한 번이면 옻오름이 괜찮아지지만, 그래도 옻이 올라 가렵고 열이 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참옻 진액은 그냥 복용 방법대로 마셔도 되지만, 삼계탕 등을 만들 때 넣으면 옻닭의 효과를 일부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마천옻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옻에서 뽑아낸 진액은 접착 성분이 강해서 예로부터 접착제로서 많이 활용되었고, 그 접착성을 활용해 오랜 세월 칠기로 제작되어 왔다. 마천면 원정마을에도 이 칠기를 제작하는 옻칠 작업장들이 있다. 이곳에서는 전통방식으로 참옻나무 진액을 뽑아내 그 액을 옻칠에 사용한다. 진액은 옻나무를 잘라 2~3분 정도 불에 올려 까맣게 그을리면 옻 나뭇가지에서 ‘화칠(火漆)’이라고 불리는 진액이 흘러나오는데, 이것을 긁어모아 나전칠기 등 고급가구에 칠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칠기 가구는 주문 제작으로 생산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함양 마천옻’이라는 이름은 마천면에서 생산되는 모든 옻에 사용할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 2010년 ‘함양 마천옻’이 특허청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 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함양 ‘마천옻 영농조합법인’ 회원만이 함양 마천옻이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267에 있는 마천옻 영농조합법인은 마천옻을 명품의 반열에 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함양 옻의 미래]

함양군 마천면은 충청북도 옥천군, 강원도 원주시를 포함해 전국 3대 옻 생산지로 꼽히는 곳이다. 특히 마천면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함양 지리산 참옻은 옻나무 중에서도 토종 종자이기 때문에 그 품질이 좋아, 생산량이 모자랄 정도로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도 마천면에는 오일장이 서는데, 이곳에서 많이 판매되는 품목에는 토종꿀, 고로쇠 수액, 석이버섯, 곶감, 산 약초와 함께 옻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함양 옻을 알리기 위해 함양군에서는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함양군 마천면 의중마을 옻농가협의회는 2018년 4월 28일에 ‘제1회 지리산 둘레길 의중마을 작은 옻순 잔치’를 개최하였다. 올해 처음 열린 이 옻순 축제에서는 옻순 따기, 옻나물 먹기, 옻순찌짐 굽기, 옻순장아찌 담그기 등 지리산 함양 옻순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였다. 또한 사전 예약을 통해 옻닭 백숙, 엄나무 백숙, 흑돼지 옻 삼겹살 등도 맛볼 수 있어서 방문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현재 옻의 특징을 분석하는 연구와 특유의 접착성을 활용해 현대적인 도료 및 기능성 재료로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전자파 흡수체를 옻으로 개발하는 연구와 옻을 활용한 자외선차단제 등 화장품에 활용하는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이 연구들이 성공해 실생활에 활용된다면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옻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런 활용에는 옻오름이 없는 옻진액이 사용되어야 하는 만큼, 함양에서 생산되는 옻오름 없는 진액의 지속적인 보강 개발이 필요한 부분이다.

함양군은 이런 추세에 발맞춰 함양의 옻을 알리고, 좀 더 다양화하기 위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10억 원을 투자해 마천면 추성마을에 옻 체험전시실, 체험 탐방로 등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 사업에는 29㏊ 면적에 옻나무 5만여 그루를 심어 재배단지를 조성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으며, 옻나무 50만 그루 심기 사업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마천면에 옻 생산·체험·가공시설을 세워 마천면을 비롯한 인근지역을 옻 전문단지로 조성하고, 함양 옻을 함양 지역의 새로운 동력원으로 개발 및 지원할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계획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어 옻이 대중화될수록, 함양 옻은 함양군의 특산물로서 제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함양 옻이 가져온 새로운 동력으로 인해 함양군의 미래는 더 밝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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